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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天上)의 향기 - 7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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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레드썬 조회 1,019회 작성일 2019-06-10 10:27:5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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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天上)의 향기 7(벽궁세가의 비밀)-1




안개가 자욱한 넓은 화원이다. 10월에 접어들어 계절은 가을로 접어들었지만 이곳화원 주위에 흐르고 있는 흐르고 있는 공기는 약간의 습기를 머금고 있을 뿐 춥다는 느낌이 없다. 화원이 있는 이곳은 사방(四方)이 높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지하에 용암의 지류가 흐르고 있기 때문에 사시사철 따뜻한 기온이 유지되는 곳이다. 화원은 그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넓었고 일일이 이름도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수많은 종류의 기화요초(琪花瑤草)가 자라고 있었다. 지금 그곳에 한 여인이 바퀴다린 의자에 앉아 있고, 그녀의 뒤에서 의자를 밀어주는 여인이 있었다. 의자에 앉은 여인은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 있어 그 표정을 알 수 있었고 입술은 물기하나 없는 마른 대지(大地)처럼 쩍쩍 갈라져 보이고 피부는 약간 거칠어 살아 있는 시체 같다는 느낌이다. 다만 그녀의 눈빛만은 영롱하게 빛나고 있어 표정 없는 얼굴과는 대조적으로 보였다. 그녀는 의자에 앉아 있는 것도 힘에 부친모양인지 의자에 상체를 깊숙이 파묻고 있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그녀의 뒤에서 의자를 밀어주고 있는 여인은 눈빛이 약간 멍한 것을 제외하면 생기가 넘치는 모습이다. 그런데 두 여인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이상한 점을 발견한다. 바로 두 여인의 얼굴이 서로 구분하지 못할 만큼 똑같다는 것이다. 다만 다른 점이라면 의자에 앉은 여인은 표정이 없고 생기가 없는 반면 뒤에서 의자를 밀고 있는 여인이 생기가 넘친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란아. 지금 계절이 어떻게 되지.”


“가을입니다. 이제 조금 있으면 겨울이 될 겁니다.”


“벌써 가을.........이제 내 삶은 얼마 남지 않았구나.”


“아가씨 약한 말씀하지 마세요. 아가씨는 오래오래 사실 겁니다.”


“인간의 운명이란 하늘이 정하는 것이다. 아무리 발악한다고 해도 한번 정해진 운명은 바꿀 수 없어. 이제 내 수명은 길어야 4년 정도........너에게 많은 것을 전해 주어야 하는데.......시간이 촉박하구나.”


“휴~ 왜 하늘은 아가씨에게 천지기를 헤아릴 만한 영특한 지혜를 주셨으면서 이렇게 짧은 생만 허락하셨는지..........정말 하늘이 원망스럽습니다.”


“미천한 인간이 어찌 하늘의 뜻을 헤아린단 말이냐. 난 하늘을 원망하지 않는다. 나에게 너를 보내주신 것만으로도 하늘에 감사하고 있단다.


“제가 아가씨 무슨 도움이 됩니까? 할 수만 있다면 제 목숨을 바쳐서라도 아가씨를 도움이 되어 드리고 싶은데........전 아무것도 할 줄도 모르고.......답답하기만 합니다.”


“쓸데없는 말을 하는구나. 넌 하늘이 선택한 사람이다. 어찌 미천한 나를 위해 네가 그런 말을 하느냐.”


“전 아직도 아가씨의 말씀이 무슨 뜻이지 모르겠어요. 이년이 하늘이 선택한 사람이라니요. 제가 뭘 할 수 있단 말입니까?”


“나중에 알게 될 것이다. 지금은 아무리 설명해도 몰라. 다만 이건 알고 있어라. 넌 하늘이 선택한 3명 중 한명이란다.”


“글쎄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글자도 익히지 못하고 아가씨가 아무리 설명해도 한 가지 이치도 깨닫지 못하는 이년이 하늘이 선택한 사람이라니 믿어지지 않습니다.” 


“할아버님이 말씀하셨지. 널 처음 만난 날은 내가 태어난 날이었다. 그때 하늘에는 단 하나의 별빛조차 보이지 않은 질흙 같은 어둠이 깔렸다고 했어. 그리고 2개의 유성이 하늘에서 떨어지고 나중에 다시 하나의 유성이 떨어졌다고 했어. 그런데 그날 이후 천기는 혼탁해 져서 더 이상 천기를 읽을 수 없을 지경이 되었다고 했다.”


“그게 무슨 말씀이죠. 아가씨는 지금도 천기를 헤아리시지 않습니까?”


“지금은 하늘을 가리고 있던 기운이 많이 약해졌어. 하지만 역시 지금의 나도 천기의 일부만 볼 수 있을 뿐이야.......하늘이 허락한 것만 보고 있다고 해야 하나. 더욱이 삼성(參星)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아.”


“삼성이란 것이 무엇입니까?”


“지금 지상에 내려온 3명의 신인을 상징하는 별이다. 천마성(天魔星), 천강성(天强星) 그리고 천귀성(天鬼星)이라고 한단다. 다만 천마성의 기운은 강맹한 반면, 천강성과 천귀성은 그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어. 천마성이 계속 빛을 발한다면 무림에는 피의 폭풍이 몰아질 것이다.”


“천마성이요..........그럼 그별을 잠재울 방법은 없는 건가요.”


“천강성과 천귀성이 제 빛을 찾지 않는 한 천마성이 일으키는 피의 폭풍은 막을 길이 없을 것이다.”


“무림이 피에 잠긴다는 말씀이군요. 어서 빨리 천강성과 천귀성을 빛을 찾아야겠군요.”


“음.......그런데........무슨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두 개의 별은 본래의 빛을 잃어버리고 힘을 못 쓰고 있어.”


“큰일이네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하죠.”


“네가 빨리 각성해야지.”


“예~ 무슨 말씀이세요.”


“네가 세 개의 별 중 천귀성의 운명을 가진 사람이란다.”


“말도 안돼. 저처럼 멍청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년이 무슨 하늘의 운명을 타고난 사람이라는 말씀입니까?”


“너와 나는 어리 적부터 함께 자랐지. 할아버지가 어느 날 널 안고 오셨을 때부터 지금까지 한번도 나와 떨어지지 않았으니 벌써 15년째 같이 지내고 있구나.”


“향상 절 거두어주시고 보살펴 주신 아가씨와 가주님께 감사하고 있습니다.”


“네가 감사할 필요는 없다. 너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우리가문의 축복이다. 넌........왜 내가 외출할 때 마다 인피면구를 쓰고 있는 줄 아느냐.”


“잘 모르겠습니다.”


“혹시라도 누가 날 보아도 너와 구분할 수 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함이다.”


“예~ 그게 무슨 말씀이지.”


“넌..........내가 죽으면........날 대신해야 한다.”


“글도 모르는 무식한 년이 무슨 재주로 아가씨를 대신한단 말씀입니까.”


“너 몸에 심어진 금제를 풀면 간단한 일이다. 그건 할아버지와 아버님께서 연구하고 계시니 조만간 너의 몸에 심어진 금제를 풀 수 있을 것이다. 그때는 진정한 너의 능력을 찾게 될 것이다.”


“금제요...........그 말씀을 여러 번 들었지만........전 잘 모르겠어요.”


“나중에 때가 되면 알게 되겠지. 하지만 그때가 되면 넌.......날 대신해 우리 가문의 명예를 지켜주어야 한다.”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지만 명심하겠습니다.”


“힘들구나. 그만 들어가자.”


“예~ 아가씨.”




두 명의 여인은 화원을 지나쳐 안개 넘어 희미하게 보이는 건물로 향했다. 이곳은 중원무림에서 그 존재조차 신비에 가려진 제갈세가의 금역 중 한곳이었다.




수혜는 울다가 지친 모양이다. 그녀는 멍한 눈길로 부모님의 무덤가에 앉아 있었다. 하루 밤 사이 부모님과 가솔들이 모두 참혹한 시체로 변하고 세가는 불타 검은 기둥들만 몇 개 남은 광경을 바라보는 심정이 오죽하겠는가? 밤이 깊어지자 마음사람들도 하나 둘씩 자리를 떠나고 있었다. 몇몇 사람들이 자신의 집에 거처를 마련해 준다고 했지만 수혜는 부모님의 무덤가을 떠나려 하지 않았다. 아군도 수혜의 마음을 알기에 그녀의 겉을 떠나지 못하고 그녀의 겉을 지켜주었다.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노파가 아군을 부른다. 아군은 노파에게 다가가자 노파는 몇 가지 음식과 의복을 아군에게 내밀었다.




“아가씨 몸 상하신다. 뭐라도 드셔야지. 그리고 이건 갈아입을 의복이다. 언제라도 아가씨만 좋다면 우리 집으로 모시도록 해라.”


“고맙습니다. 할머니.”


“하이고~ 하늘도 무심하시지. 이 불쌍한 것들을 어떻게 하라고.......나도 이만 가봐야겠다. 아군. 아가씨 잘 보살피려면 너라도 기운을 차려야 한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들어가세요.”


“내가 내일 다시 찾아오마.”




마지막 남은 노파까지 떠났다. 이젠 아군과 아가씨만 남았다. 바람이 분다. 비가 온 다음부터 날씨가 무척이나 쌀쌀해졌다. 아군은 옷을 가지고 아가씨에게 다가가 옷을 내밀었다.




“바람이 찬요.”


“괜찮아. 마을사람들은 다 갔어.”


“예! 모두 갔습니다. 이제 우리 둘만 남았습니다.”


“그래..........그럼 일어나야겠네.”




수혜는 자리에서 일어나 안채가 있었던 곳으로 걸어간다. 아군도 수혜를 따라 갔다. 그녀는 들어간 안채건물은 이미 잿더미로 변해 검게 타다만 몇 개의 기둥만 남아 있고 곳곳에 타다만 건물의 자재들이 지저분하게 널려있었다. 그녀는 아버지의 서재가 있었을 법한 곳으로 걸어가서 서재의 바닥에 널린 지저분한 것을 치우기 시작했다. 아군은 아가씨가 뭘 하려고 하는지 모르겠지만 아가씨를 도와 바닥을 깨끗하게 청소했다. 본래 나무로 된 바닥은 곳곳에 불길의 흔적이 보이지만 깨끗하게 치우고보니 다른 곳보다는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었다. 아가씨는 서재의 바닥을 유심히 살펴보더니 한곳을 손으로 두드려 보았다. 




“퉁퉁퉁”




수혜는 허리에 차고 있던 검으로 자신이 두드린 바닥을 베어버린다. 나무가 깔끔하게 절단되며 약간 홈이 파인 곳이 나타나고 홈에는 금속으로 된 작은 손잡이가 보였다. 수혜는 주위를 한번 살펴보더니 이내 손잡이를 당긴다. 잠시 시간이 지나고 바닥을 흔들리더니 바닥 한쪽이 갈라지며 밑으로 들어가는 계단이 나타났다.




“아군 따라와~”




수혜는 아군에게 손짓하고 자신이 먼저 계단으로 내려갔다. 아군도 서둘러 아가씨의 뒤를 따라간다. 계단은 달빛조차 들지 않아 바로 눈앞의 사물조차 분간하기 힘들었다. 갑자기 뭉클한 느낌이 전해온다. 




“악~ 아군 조심해.”


“죄.......죄송합니다.”




아군의 코끝에 아가씨의 육향 냄새가 풍겨온다. 그때 앞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갑자기 눈앞에 밟아진다. 아가씨가 화섭자(火攝子)를 꺼내 불을 붙인 모양이다. 어둠이 물러나고 계단의 모습이 들어왔다. 계단은 밑으로 길게 연결되어 있었다. 수혜가 화섭자에 불이 붙이자마자 아군과 수혜가 들어왔던 입구가 자동으로 본래대로 돌아갔다. 수혜는 주위를 둘려보더니 계단의 벽에 붙어있던 횃불에 불을 붙였다. 횃불에 불이 붙으니 더욱 자세하게 계단의 모습이 들어왔다. 수혜는 횃불을 들고 조금 더 내려가더니 다른 횃불을 찾아내 불을 붙어 아군에게 내밀었다. 계단은 얼마정도 내려가자 끝나고 그들의 앞에 거대한 석문이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수혜는 바닥을 살펴보던 바닥 한쪽에 튀어나온 3개의 손잡이을 살펴보았다. 세개의 손잡이의 상태를 유심히 살펴보던 수혜는 중간것과 가장 오른쪽 손잡이에 약간 먼지가 덜낀 것을 확인하고 먼저 가운데 것을 당겨보았다. 석문은 아무런 변화가 없다. 다시 오른쪽 손잡이를 당겨본다. 




“쿠쿠르릉~”




석문이 반으로 갈라지면 어둠에 쌓인 지하석실이 나타났다. 오른쪽 손잡이가 석문을 열수 있는 손잡이였던 모양이다. 수혜가 먼저 안으로 들어가더니 석실의 벽에 있는 유등에 불을 붙인다. 




“아군도 돌아가면서 불을 붙어.”




아군도 석실로 들어와 벽을 따라가며 벽에 붙어있는 유등에 불을 붙였다. 잠시 후 지하석실이 밝아지며 석실의 전경이 나타났다. 석실의 한쪽에 깊은 홈이 있고 그곳에 작은 위패와 함께 항아리들이 진열되어 있었고 석실 벽면에는 여러 가지 그림들이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석실의 끝에는 거대한 관이 있고 관 앞에 검은 돌로 만든 탁자가 마련되어 있었다. 




“이곳은 우리 벽궁세가의 조상님들이 잠들어 계신 곳이야. 벽궁세가에서 유일한 금역이지.”


“아~ 세가의 지하에 이런 시설이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나도 최근에 알았어. 우연히 아버님의 서재에 들어갔다가 알게 됐지. 이곳까지 들어온 건 나도 처음이야.”


“전.......밖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세가의 금역이지 않습니까?”




아군이 밖으로 나가려 하자 수혜가 아군의 팔을 잡았다.




“아군.........이제 세가에 남은 사람은 나와 아군밖에 없어. 내가 세상에서 의지할 수 있는 사람도 아군밖에 없다는 말이야. 아군만이라도 내 겉을 지켜줘”


“그런 말씀하지 마세요. 전 아가씨가 등을 떠밀어도 아가씨의 겉을 떠나지 않을 겁니다. 당연히 아가씨를 지켜드려야죠.”


“아군...........나 사실은 무서워........지금도 겁난단 말이야. 그러니까 내 겉에 있어.”


“휴~ 알겠습니다. 아가씨가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고마워.”




수혜는 아군의 대답을 듣고 조금은 안심이 되는지 석실의 끝에 있는 거대한 관으로 다가가 보았다. 관은 검은색의 돌로 만들어져 있었다. 그리고 관의 앞에는 돌로 만들 탁자가 마련되어 있고 탁자의 위에 작은 상자가 있었다. 수혜는 아군이 겉에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손을 내밀어 상자를 열어본다. 상자는 비교적 쉽게 열렸다. 상자 안에는 대나무로 만든 서찰과 두 권의 책자가 들어있었다. 수혜는 먼저 대나무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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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인들에게 남긴다.


나는 신라와 당의 연합군에 의해 백제가 패망하자 전란을 피해 요동으로 건너온 온시랑이라는 사람이다. 이곳 요동에 정착한 나는 요동 또한 고구려가 멸망하며 당의 영향력이 미치는 지역이라 감히 온씨를 사용하지 못하고 새로운 성씨인 벽궁이란 성씨를 만들어 사용했다. 


이곳에 정착한 후 백제왕족의 일손이란 사실을 숨기고 백제와 고구려 유민들과 함께 새로운 장사를 시작했다. 다행이 장사는 번창하여 가문을 일으킬 수 있었지만 백제왕족인 네가 장사를 한다는 사실이 못내 부끄러워 어느 정도 기반이 잡히자 나를 도와 장사를 시작했던 사람들에게 중원에 펴진 가계와 지분을 나누어주어 모두 독립시키고 우리가문은 순순한 문사의 가문으로 남게 하였다.


- 중략 -


아마 이 서찰을 보는 사람은 나의 후손들일 것이다.


서찰과 함께 들어있는 책은 백제의 역사를 기록한 책과 백제왕족에게만 전해오는 백제고유 무술을 기록한 책이다. 하지만 백제가 다시 일어났다는 소식이 들리기 백제왕족의 무술을 익히는 것을 금한다. 백제가 만일 다시 일어났다면 책자에 적힌 무공을 수련하여 백제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데 작은 힘을 보태주기 바란다. 또한 내가 남긴 두개의 은자는 우리 가문에 은혜를 입은 장사치들이 나에게 전해준 것으로 나중에 그들에게 군자금을 충당할 수 있을 것이다.




- 온시랑이 남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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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혜는 서찰을 모두 읽고는 한동안 눈을 감고 있었다. 수혜는 자신이 이미 역사의 뒤안길로 살아진 백제의 후손이란 사실을 처음 알았다. 또한 자신의 성씨가 벽궁씨가 아니라 온씨란 사실도 처음 알았다. 하지만 지금 와서 그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자신이 온씨던 벽궁씨던 상관없다. 또한 자신이 백제의 후손이든 한족이던 상관없다. 지금 자신에게 중요한 것은 벽궁세가의 식속들을 무참하게 도륙하고 부모님을 혜진 원수를 갚는 것이다. 그녀는 눈을 뜨고 두 권을 책자를 보았다. 한권에는 ‘백제사’라는 짧은 제목이 붙어 있고 나머지 한권에는 ‘음양도’라는 제목이 붙어 있었다. 수혜는 백제사라는 책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음양도라고 적힌 책자를 펼쳐보았다. 한참 책자를 살펴보던 수혜는 오만상을 찡그리고 보던 힘없이 바닥에 주저앉았다. 




“이거 뭐야. 이걸 무술이라고 하는 거야.”




그녀는 고개를 숙인다. ‘음양도’라 적인 책자에는 음양도 무공이 자세하게 기술되어 있었다. 하지만 수혜가 보기에 책자에 적힌 무공은 중원에서 삼류 취급도 못돼는 허접한 무공이었다. 그 흔한 내공심법 하나 없는 무공이 무공이라고 할 수 있는가? 권법이라고 적힌 부분을 살펴보아도 시중에 떠돌아다니는 육합권(六合拳)보다 못했다. 또 음양지, 음양각, 음양신법이라도 적힌 부분을 살펴보아도 중원에 널려있는 책방에 가면 어디서나 구할 수 있는 삼류무술도 이것보다는 강한 것이다. 허탈했다. 이곳에 뭐가를 기대하고 들어왔다. 하지만 아무것도 건질 것이 없다. (그래~ 책자에 적힌 무공이 대단한 것이라면 벌써 조상님들이 익혔겠지. 당나라가 멸망한 게 언제고.......백제가 멸망한 것은 몇 백 년이 흘렸어. 그 많은 세월동안 단 한분의 조상님도 음양도라는 무공을 익히지 않았던 데는 다 이유가 있었던 거야. 이런 삼류도 안돼는 무공을 익혀서 뭐하겠어. 뭐가를 기대하고 들어온 내가 잘못이지.) 잔뜩 기대하고 음양도라는 책을 보았던 수혜는 허탈한 마음에 중얼거린다.




“참........이게 백제왕족에게만 전해오는 무공이라고........지나가던 개가 웃겠군. 휴~ 뭐가를 기다하고 들어온 내가 바보지.”




아군은 어깨가 축 늘어진 수혜를 안타깝게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일이 잘못된 모양이다. 또 뭐가 아가씨를 아프게 한 것일까? 아군의 답답한 마음에 입술이 바짝바짝 마fms다. 수혜는 한동안 움직이지 않더니 보던 책자를 다시 상자에 담아 상자의 뚜껑을 닫아버렸다. 희망 품고 석실로 들어왔지만 아무것도 건진 것이 없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답이 없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수혜는 갑자기 춥다고 느꼈다.




“아군.........오늘은 이곳에서 지내자. 이리와~ 옆에 앉아.”




아군은 망설이다가 아가씨의 겉에 앉았다. 수혜는 아군의 어깨에 얼굴을 기대었다. 아군은 흠칫 놀란 표정이다. 5년을 넘게 아가씨를 모셔왔지만 이렇게 가까이 대하기는 처음이다. 더구나 하늘같은 아가씨가 자신의 어깨에 고개를 기대니 심장이 벌렁거리고 맥박이 빨라지며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아가씨는 아무렇지도 않는지 어깨를 움츠리며 팔짱을 끼었다.




“아군 추워.........나 좀 안아줄래.”


“저.........저.........아가씨........추우시면 여기 옷을 입으세요.”


“아니야. 마음이 추워........안아줘”




아군은 팔을 들었다. 아군의 팔은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아가씨의 말씀을 거역하지 못해 아가씨를 안아주려 하지만 심장이 쿵쾅거리고 가슴이 진정되지 않아 팔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그때 아가씨의 팔이 아군의 허리를 안으며 아군과 몸을 밀착했다. 아가씨의 머리카락에서 알 수 없는 향기가 코끝을 자극하고 곧이어 아가씨와 밀착된 몸이 심하게 떨려왔다.




“아군도 추운거야. 왜 이렇게 떨고 있어.”


“아........아닙니다. 그냥........좀 떨려서.”


“피~ 거짓말. 아군도 춥구나. 조금만 더 붙어봐~ 그럼 춥지 않을 거야.”




아가씨는 아군에게 더욱 밀착한다. 아군의 이마에 식은땀이 송굴송굴 맺힌다. 아가씨는 남의 사정도 모르고 몸을 더욱 밀착하니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다. 아군은 자신이 이러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아군은 한번 크게 심호흡을 하고는 공중에서 떨고 있는 팔을 내려 아가씨의 어깨에 올렸다. 짜릿한 느낌이다. 아가씨의 속살이 손끝에 스쳤기 때문이다. 아군은 아가씨의 표정을 살폈다. 혹시나 자신의 행동에 아가씨의 기분이 상하지는 않았는지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가씨는 눈을 감고 자신의 어깨에 기대어 이었다. 아가씨가 별반 반응이 없자 아군은 안심이 되어 용기를 내어 아가씨를 포근하게 감싸주었다. 




“아군........아군이 겉에 있어 힘이 돼. 아마 아군까지 없었다면 나는 죽고 싶었을 거야. 아니다. 사실 아군이 없었다면 이미 죽은 목숨이지.”


“아가씨 무슨 말씀을............”


“그때 아군이 없었다면 난 흑의인들의 손에 죽었을 거야. 아군은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흑의인들을 처리한 것도 아군이었어. 아군은 내 생명의 은인이야.”


“전.......이 세상에서 아가씨가 가장 소중합니다. 아가씨만 보고 있어도 행복해요. 아가씨를 위해서라면 제 생명까지 받치겠습니다.”


“그렇게까지 날 생각해준다니 고마워. 나 졸려. 이렇게 잠들어도 돼지.”


“주무세요.”




수혜는 아군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아군은 수혜의 어깨를 따뜻하게 감싸주었다. 수혜는 피곤했던 모양인지 곧 아군의 품에서 잠들었다. 아군은 수혜의 잠든 얼굴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하루 밤 사이에 모든 것을 잃어버린 그녀가 한없이 측은해 보였다. 앞으로 아가씨를 어떻게 모셔야 할까? 아가씨는 복수를 하려 할 것이다. 부모님과 세가의 식솔들을 무참하게 도륙한 정체도 모르는 그들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자신 또한 그놈들을 용서할 수 없다. 그런데 문제는 그들의 정체를 모른다는 것이다. 아가씨와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란 그들이 흑풍대라 불린 다는 사실뿐이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모르겠다. 아군은 머리를 흔들고 옆에 놓아둔 옷가지로 아가씨를 덮어주었다. 




혁린무진는 딸의 거처로 갔다. 그가 막 딸의 처소로 접근하자 주위에서 검은 그림자들이 나타나 혁리무진의 앞을 막았다.




“나다. 수고 하는 구나.”




그림자들은 혁린무진의 얼굴과 목소리를 듣고 나타날 때처럼 연기처럼 살아져 버렸다. 혁린무진는 별채로 통하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별체의 앞마당에는 작은 화원이 있고 중앙에 수로가 보인다. 수로의 중앙에는 돌로 만든 짧은 다리가 있었다. 보기에는 아름답고 평화롭게 보이는 정경이다. 그는 화원의 중앙에 난 길을 따라 걸어간다. 그런데 조금 이상하다. 걸음걸이가 이상한 것이다. 그는 직선으로 가지 않고 바닥에 깔린 색색의 돌중에서 붉은색의 돌만 밟으며 걸어갔다. 길이 끝나고 아름다운 건물이 나타났다. 바로 혁린무진의 딸인 혁린설의 처소다. 그가 막 건물의 입구에 들어서니 두 명의 여인들이 방에서 빠져나와 혁린무진에게 인사를 했다.




“아가씨가 기다리고 계십니다.”


“하하하 그래. 내가올 줄 어떻게 알고 기다렸다는 거지.”


“오셨다는 전갈을 받았습니다.”


“그놈들이 연락한 모양이구나. 그래 안으로 들어가자.”




그가 막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서려는데 문이 열리며 한 여인이 밖으로 나왔다. 그녀가 모습을 드려내자 갑자기 주위가 환해지는 느낌이었다. 나이는 이제 잘해야 15세 전후로 보이지만 바람이라도 불면 날아갈 것 같은 날씬한 몸매에 얼굴에 비록 면사로 가려 전제적인 모습은 볼 수 없지만 면사 사이로 들어난 초승달 같은 금색눈썹과 심연처럼 깊고 푸른 눈동자만으로도 그녀가 얼마나 아름다운 여인인지 알기에 충분했다. 




“어서오세요. 아버님.”




면사가 약간 흔들리며 그녀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녀의 힘없고 조용한 목소리는 듣는 이에게 몽환(夢幻)적 느낌을 준다. 꼭 꿈속에서 울려 펴지는 천상의 목소리 같다.




“하하하~ 우리 설이 그동안 잘 지냈느냐.”


“아버님께서 오랜만에 처소를 찾아주셨네요. 안으로 드시지요.”


“그래.......들어가자.”


“너희들은 다과를 준비하도록 해라”


“예~ 알겠습니다.”




무진은 긴 턱수염을 쓰다듬더니 안으로 들어갔고 밖으로 나왔던 설이도 안으로 들어갔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느냐.”


“책을 읽었습니다. 제자백가 및 그들의 역사에 관한 글을 읽었죠.”


“볼만 하더냐.”


“글쎄요. 한족 놈들이 자기 잘났다고 쓴 글들이라 읽기가 불편했습니다. 하지만 배울 점도 많았습니다.”


“하하하. 그래. 요즘 무공은 익히지 않는 모양이구나.”


“세상은 무(武)보다는 문(文)의 힘에 지배되고 있습니다. 무(武)란 자신의 몸을 지킬 정도만 익혀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문이 무보다 강하다. 이 말을 하고 싶은 거냐.”


“아무리 강맹한 세력이라도 머리가 없으면 오합지졸에 불과합니다.”


“넌 우리 배화교에 머리가 없다고 생각하느냐.”


“전........그냥 제 생각을 말씀드린 겁니다. 우리 교에 빗대어 말씀드린 것은 아닙니다.”


“우리 배화교에는 마제갈로 불리는 총사가 있다. 그의 능력이며 교의 머리로써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글쎄요. 제자 직접보지 못해 무슨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 이야기는 그만 두자. 그래............요즘 오빠들은 자주 찾아오더냐.”


“오빠들을 본지 2년은 넘은 것 같습니다. 오빠들이야 대부분 밖으로 돌아다니시니 절 찾을 시간이 있겠습니까?”


“쩝~ 그놈들이 하나밖에 없는 여동생에게 너무 소홀하구나.”


“오빠들이야 바쁘잖습니까. 아버님이 이렇게 가끔 찾아주시는 것만으로 소녀는 외롭지 않습니다.”


“뭐 불편한 점은 없느냐.”


“없습니다...........아참~ 어머니는 어디 가셨습니까? 요즘 통보이지 않습니다.”


“성을 떠났다. 아마 돌아오려면 몇 달은 걸릴 것이다.”


“또 아버님이 보내신 겁니까?”


“허허허~ 내가 무슨 힘이 있다고.........그녀가 북해에 볼일이 있는 모양이다.”




그대 사녀들이 다과를 준비해서 탁자에 올려놓고 다시 밖으로 물러났다.




“드세요. 제가 직접 재배한 찻잎으로 울려낸 차입니다.”




무진은 차를 조금 마셔보고는 다시 내려놓았다.




“맛이 향긋하구나. 너도 좀 먹어라.”


“예~”




혁린설은 얼굴을 거린 면사를 올려 차를 마시는데 그녀의 붉은 입술이 열리며 박속같은 하얀 이가 살짝 모습을 드려냈다. 혁린무진은 설의 얼굴을 보고는 고개를 돌렸다가 헛기침을 하고는 다시 돌아본다.




“이곳에서 지내기 답답하지는 않느냐.”


“아직까지는 괜찮습니다. 정~ 소녀가 답답하면 그때 아버님께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래.........책이나 필요한 물건은 없느냐.”


“없습니다. 지금도 충분합니다. 요즘은 자수를 배우고 있습니다.”


“자수라고..........하하하~ 너에게 그런 점도 있구나.”


“제가 열심히 배워 아버님께 곤륜포를 선물해 드리겠습니다.”


“하하하~ 말이라도 고맙구나. 언제라도 필요한 물건이 있거든 내가 말해라.”


“예~ 필요한 것이 있으면 그때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래...........이제 가봐야겠구나.”


“요즘 하시는 일은 잘 진행 되십니까?”


“공사는 무리 없이 진행 중이다. 아마 1년 이내에 완공될 것 같구나.”


“공사가 끝나면.........그때부터 본교의 중원진출이 시작되는 겁니까?”


“아니지.......공사가 끝나고 아이들을 훈련시키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다.”


“예~ 그럼 좀 더 기다려야 하는 거군요. 알겠습니다. 살펴가세요.”


“그래.......내 자주 오마.”


“예~ 아버님.............조심히 가세요.”




혁린무린은 딸의 거처를 나왔다. 아버지가 돌아가자 설은 면사를 벗고 거울 앞에 섰다. 거울 속에는 눈썹은 금색으로 반짝거리고 눈동자는 푸른색의 이국적인 미인이 있었다. 그녀의 콧날은 오뚝하고 입술은 붉은 빛으로 반짝거린다. 피부는 백옥처럼 티클 하나 보이지 않고 전체적으로 약간 권태로운 기운과 백치 같은 기운이 상충되면 한번 보면 도저히 잊혀지지 않을 정도로 저주스러운 미모를 가지고 있었다. 거기에 길게 늘어트린 그녀의 머리칼은 그녀의 눈썹과 마찬가지로 금색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백지장처럼 하얀 얼굴과 금색으로 반짝이는 머리칼을 가진 절색의 미인.........그녀는 오늘도 자신의 처소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이곳은 중원과 멀리 떨어진 서강에 있는 배화교의 총단이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모른다. 아군은 눈을 뜬다. 자신은 지하석실에 있었다. 그는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아가씨는 자신의 무릎을 베고 잠들어 있었다. 자신이 깜박 잠든 모양이다. 아가씨는 아직도 자고 있었다. 아군은 다리가 아팠다. 장시간 아가씨가 무릎을 베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움직이지 못했다. 어렵게 잠든 아가씨를 깨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군은 다른 생각을 하기 위해 석실을 둘려보았다. 석실의 벽면에는 여러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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